갤노트20 울트라 ‘카메라 습기’ 논란…‘습기 에디션?’vs‘자연스런 현상’_페이스북 바텔 포커 클럽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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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밖에 있다 따뜻한 실내로 들어왔을 때, 안경에 김이 서려 뿌얘지는 현상. 안경 쓰시는 분들은 많이들 경험해보셨을 텐데요. 만일 휴대전화 카메라에서 이런 현상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안경에 서린 김이야 쓱쓱 닦으면 그만이지만, 손이 닿지 않는 카메라 렌즈 안쪽에 습기가 찬다면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20 울트라의 '습기' 문제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란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김 서림 현상이 카메라 렌즈 안쪽에 발생했다는 건데요. '삼성스마트폰 카페' 등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 커뮤니티에서는 '에어컨 근처에 가면 카메라 안쪽에 습기가 찬다'는 내용의 글을 여럿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 '차량 에어컨 앞 거치대'에서...급격한 기온 변화 시 발생


가장 많이 나타나는 사례는 '차량 에어컨 앞에 달린 거치대에 휴대전화를 두었을 때'였습니다. 흔히들 휴대전화를 내비게이션 겸용으로 사용하기도 하다 보니 차량 에어컨 송풍구 앞에 거치대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카메라 렌즈 안쪽에 습기가 차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이 상태에서 사진을 찍어 봤다는 사용자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이 사용자가 찍은 사진에서는 습기 때문에 사진이 뿌옇게 나온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습기가 찼으니 당연한 거겠죠. 렌즈 안쪽이기 때문에 당연히 닦을 수는 없고 알아서 습기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꼭 차량 거치대가 아니라도 더운 곳에 한참 있었거나 휴대전화가 뜨거워진 상태에서 갑자기 시원한 곳에 갔을 때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였는데요.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급격한 기온 변화가 생긴 경우'가 공통점이었습니다.

■ 왜 습기가 생길까요?

삼성전자 측의 공식 답변을 보면 렌즈 안쪽에 습기가 차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방수폰은 내부의 기압유지를 위한 에어번트홀에 고어텍스가 부착되어 있어 공기중 습기가 유입될 수 있으며 급격한 온도차 발생 시 습기가 응결되어 결로현상이 생김"

갤럭시노트 20 울트라는 방수가 되는 기종인데, 방수폰은 '공기는 통하고','물은 통하지 않도록' 설계가 돼야 합니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면 내부 기압이 바깥 환경과 달라져서 휴대전화가 망가질 수 있으니 당연히 공기는 통해야 하고, 물에 노출돼도 고장나지 않아야 '방수폰'이라고 할 수 있으니 당연히 기기 안쪽에는 물이 들어가지 않아야 합니다.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소재가 바로 고어텍스입니다. 고어텍스 소재는 물은 통과하지 않고 공기만 통과돼 아웃도어 의류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긴 장마로 공기중의 습도가 높을 때에는 이게 결로 현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공기가 통하니까 당연히 카메라 모듈 안쪽에도 습도 높은 공기가 유입되는데, 에어컨 등으로 이 공기가 급격히 차가워지면 습기에서 물방울로 응결되어 렌즈 안쪽에 맺히게 되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
까요?

■ 왜 유독 갤럭시노트20 울트라에서만...?

삼성전자의 설명대로라면 '습기' 현상은 고어텍스 소재를 활용한 모든 방수폰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진작에 논란거리가 됐을텐데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IT 전문 유튜버들의 실험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요. 국내 IT 유튜버 '테크몽'은 차량 에어컨 온도를 18도로 맞춘 상태에서 갤럭시노트10, 갤럭시S20, 갤럭시노트20 울트라를 차례로 거치대 앞에 두고 습기가 차는지 실험하는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실험 결과, 갤럭시노트20 울트라에만 물방울이 맺히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앞의 두 제품에는 물방울이 맺히지 않은 거죠.

KBS가 한국소비자원에 문의해본 결과도 비슷했습니다. 휴대전화와 관련해 '습기'나 '결로'로 피해구제 신청이 접수된 건수가 '0'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의 방수폰들에서는 이런 현상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의밉니다.

그럼 왜 유독 갤럭시노트20 울트라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IT 전문 유튜버들과 사용자들은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는데요,

일단 유튜버 '테크몽'은 마이크 구멍의 위치를 원인으로 추정했습니다.


마이크 구멍은 일반적으로 카메라 모듈 정면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갤럭시노트 20울트라의 경우는 이 마이크 구멍이 카메라모듈 측면에 위치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휴대전화 케이스를 씌우고 사용하면 이 구멍이 케이스에 막히면서 공기순환이 어려워지고, 습기가 빠져나가거나 외부 온도에 맞춰지는 속도가 느려져 결로 현상이 생긴다는 추측입니다.

테크몽은 실제로 휴대전화 케이스를 씌웠을 경우와 씌우지 않았을 경우를 비교해 실험하며, 케이스를 씌웠을 때 결로 현상이 더 많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추측은 카메라 모듈 부분의 크기 문젭니다. 갤럭시노트 20울트라는 카메라의 성능을 강화하면서 기존 모델들에 비해 대폭 커진 렌즈와 센서들이 적용됐습니다. 카메라 모듈 부분이 툭 튀어나온, 일명 '카툭튀'도 더 두드러졌는데요. 이렇게 카메라 모듈 부분이 커지면서 내부에 들어가는 공기도 많아지고, 습기가 찬 모습도 눈에 더 잘 띄게 되었다는 추측입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그다지 화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아이폰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는 영상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내 유튜버 '정곰'의 실험에서는 갤럭시 노트20 울트라 뿐 아니라 아이폰의 카메라 안쪽에도 습기가 차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요.

KBS가 자문을 구한 전문가들은 '설계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스마트폰에서는 열이 나기 때문에 폰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 때문에 습기가 차는 현상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열배출 설계를 한다. 열이 찼을 때 이슬이 생기기 전 열을 배출하거나, 열이 올라왔다 하더라도 공기 순환으로 습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갤럭시노트20 울트라의 경우, 이 부분 설계가 미흡한 거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카메라 렌즈 자체의 안쪽에 물방울이 생긴다면 심각한 문제인데, 그건 아닌 듯 하다"며 "렌즈를 둘러싸고 있는 모듈 케이스 안쪽에 습기가 차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모듈이 유난히 크게 설계되면서, 측면 마이크홀을 통해 습기나 물이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고 실링을 해 두었는데, 실링이 조금 짧게 제작되었던지, 조립 오차로 인해 실링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문가의 말이 맞다면 모든 갤럭시노트20울트라 제품에서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을 텐데요, 온라인 커뮤니티의 관련 글들에서도 자신의 휴대전화에서는 '습기'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댓글을 종종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문제 아니다' 삼성전자 대응...괜찮은 걸까?

다행히 카메라 습기 현상은 영구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실험 영상들에서도 짧게는 30초, 길게는 3분 안에 습기가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더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에어컨 앞에 놓는 등의 급격한 온도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측도 제품 불량으로 알고 찾아온 사용자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교환을 거절하고 돌려보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서비스센터 측의 말대로 제품 성능에 영구적인 손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조심해서 사용하면 괜찮은 일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4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용자들이 알아서 조심해서 사용하는 게 합당한 걸까요? 삼성 스마트폰 커뮤니티에서도 '찝찝해서 어떻게 사용하라는 거냐'는 불만에서부터 '습기 에디션'이라는 조롱 섞인 비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고객센터에 불만접수가 특별히 늘어나진 않았다"며 "극히 일부 제품의 경우인지 전반적인 문제인지 등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가 향후 어떻게 대처할지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