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이제 엿볼 수 없어요”…‘대검찰청 구름다리’에 얽힌 슬픈 사연_베타 플러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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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하루 종일 시끄러웠던 4일, 대검찰청 기자실에는 소소한 이슈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화제의 중심은 대검찰청 본관과 별관을 잇는 통로인 이른바 '구름다리'였습니다.

사실 이 구름다리는 대검 직원들의 '슬기로운 직장 생활'에서 꽤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대검은 업무공간이 있는 본관과 식당 등 편의시설이 있는 별관으로 공간이 구분돼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일을 하던 본관에서 식당이 있는 별관 건물로 이동을 해야합니다.

이때 대검 사람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게 바로 본관 4층과 별관 3층을 연결하는 지름길인 '구름다리'입니다. 상당수 직원이 식사하러 갈 때 이곳을 지나는데, 윤석열 검찰총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선팅’ 작업으로 내부 안 보이는 대검찰청 구름다리
■ 사라진 '대검찰청 포토존'.. 대검 "한여름 에너지 절약 조치"

그런데 이 통로에 왜 기자들 이목이 쏠렸을까요?

원래 구름다리는 철골과 유리로 만들어져 밖에서도 내부를 환하게 볼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묵직한 콘크리트 건물로 카메라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대검찰청, 반면 투명 유리로 된 구름다리는 지나다니는 검사들의 동정을 밖에서라도 볼 수 있는 '창'이었습니다.

검찰총장도 예외가 될 순 없습니다.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유리 통로를 지나가는 검찰 총장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많은 언론사가 외부에 진을 쳤습니다.

최근까지도 이쪽으로 망원 렌즈를 향한 채 대기하고 있는 언론사를 하루 한두 곳은 볼 수 있었는데요. 아예 '대검 포토존'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구름다리 창 부분에 새까만 필름을 붙이는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햇볕을 가린다는 명목으로 '선팅'을 한 거죠.

이제 검은 필름이 시야를 막아 더는 밖에서는 구름다리 안쪽을 볼 수 없습니다.

대검 측은 구름다리뿐만 아니라 민원실 등에도 선팅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여름이 오기 전 햇볕을 차단해 냉방 효율을 높여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수많은 ‘구름다리 건너는 윤석열 총장’ 보도
■ 역대 검찰총장 동태 살폈던 곳.. 수많은 '구내식당 가는 윤석열 총장' 보도

그동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 발생하거나 검찰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대검 포토존'은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다음 날 굳은 표정으로 구름다리를 건너는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의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고, 1년 뒤에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이 발표된 뒤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던 문무일 총장이 렌즈에 담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름다리 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한 사람은 단연 윤석열 현 검찰총장입니다. 최근까지 인터넷 뉴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구내식당 향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검찰의 칼날이 현 정권을 겨냥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름다리 건너는 총장 사진'은 거의 매일 인터넷을 장식했습니다. 특히 지난 1월 윤 총장을 보좌했던 대검 간부들이 대거 외부로 발령 났을 때 이런 경향은 더 심해졌습니다.

선팅 작업 전 구름다리 건너는 윤석열 검찰총장
■ 이제는 더 보기 힘들어진 윤석열 검찰총장

사실 언론이 이처럼 검찰총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수사부터 공판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검사들의 수장인 검찰총장, 법적으로 '검찰사무를 총괄하고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지위라고 명시된 막강한 자리입니다. 언론이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는 직책인거죠.

반면 이 같은 높은 관심과는 반대로 윤 총장은 미디어 노출을 꺼리는 모습입니다. 조국 전방위 압수수색이 있던 지난해 8월에는 정문 출입구로 퇴근해달라는 기자단의 요청에도 외부 활동 뒤 바로 퇴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전 총장들과는 달리 평소 출퇴근도 지하주차장으로 해 기자단 내부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문무일 전 총장은 출근 때 정문 앞에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현안에 대한 멘트를 해줬다"며 아쉬움 섞인 소리도 들립니다.

윤 총장의 수많은 구름다리 사진은 언론의 높은 취재 열기와 미디어 노출을 자제하는 윤 총장의 움직임이 만나 빚어진 현상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번 선팅 작업으로 그렇지 않아도 얼굴 보기 힘든 윤 총장을 포착할 기회가 더 적어졌습니다.

내부 훤히 보였던 과거 대검찰청 구름다리
■ 역대 검찰총장 수난사.. 절반 이상 '중도 퇴임'

역대 검찰총장의 역사를 둘러보면 '수난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입니다. 검찰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1988년부터 임기제가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바로 전 문무일 검찰총장까지 임기를 다 채운 총장은 절반이 안 됩니다. 21명 중 13명이 임기 중 자의·타의로 물러났습니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단명한 총장도 많지만, 정권과의 대립으로 중도 퇴임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사생활 논란으로 법무부가 감찰을 발표하자 사표를 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이후 "(박근혜) 정권 들어와서는 검찰총장까지 탈탈 털어서 몰아냈다"고 말했습니다. 국정원 댓글 수사 때문에 생긴 청와대와의 대립이 사퇴의 배경이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김준규 총장도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노무현 정부 때 김종빈 총장은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불만을 품고, 김각영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상층부는 믿을 수 없다'는 발언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기자들 질문 답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이제 43대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직후부터 윤석열의 검찰과 '검찰 개혁'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도 줄곧 긴장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의 7월 출범이 차질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까지 직접 밝혔죠. 또 이르면 오는 8월 검경 수사권 조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입니다. 청와대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가 본격화된 모양새입니다.

대검찰청을 둘러싼 기류가 그 어느 때보다 심상치 않은 상황. 대검 출입 기자들이 '구름다리 선팅'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붙이는 이유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