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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7일, 순천만
두 달전만 해도 만 마리에 육박했던 순천만 흑두루미

순천만 들녘에 줄지어 선 거대한 무리의 새떼. 천연기념물 228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인 흑두루미입니다. 위 사진은 지난해 11월 17일 사진으로, 당시 흑두루미의 주요 서식지인 순천만에서는 흑두루미 9천800여 마리가 관찰됐습니다. 개체 수가 1년 전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겁니다. 순천만이 국내 최대의 흑두루미 서식지이지만 갑자기 이렇게 개체 수가 급증한 이유가 뭘까요?

흑두루미는 러시아 시베리아의 추운 겨울을 피해 일본 이즈미시에서 월동하는 철새입니다. 과거 순천만은 일본으로 내려가던 흑두루미들이 멈춰 쉬는 중간 정착지였습니다. 그런데 2천 년대 들어서는 아예 순천만에서 겨울을 나는 녀석들이 늘었고 올해는 특히 일본 이즈미시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서 개체 수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철새 전문가들은 일본 이즈미시에서 매일 수십 마리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흑두루미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강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로 대량 폐사가 발생한 일본 대신 순천만으로 발길을 되돌린 것 아니냐는 겁니다.

■ 순천만에서 절반 이상 줄어든 흑두루미…어디로 갔을까?

그렇게 지난해 11월 중순만 해도 만 마리 가까이 관찰됐던 순천만의 흑두루미 개체 수는 한 달 뒤 4천여 마리로 줄었습니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의 겨울 철새 서식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 18일 기준 순천만에서 관찰된 흑두루미는 4,437마리였습니다.


허위행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장은 "11월 21일 일본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흑두루미를 포함해 순천만에서 9천 800여 마리가 관찰됐지만 이후 일부 개체는 일본으로 다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개체는 순천만을 중심으로 분산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밝혔습니다.

■ 순천만 주변 지역으로 서식지를 넓혀가는 흑두루미

흑두루미가 순천만을 벗어나 주변 습지와 하천으로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는 건 최근 환경부 모니터링 결과로도 확인됐습니다. 국가철새연구센터가 지난해 12월 9일부터 11일까지, 24일부터 30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흑두루미 분포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순천만·여자만의 흑두루미는 414마리 감소했지만, 광양만·갈사만은 123마리, 고흥호는 13마리 각각 증가했습니다.


갯벌도 있고 먹이활동을 하기도 좋지만, 순천만의 서식 밀도가 높아졌기에 흑두루미들이 뿔뿔이 흩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 만큼은 아니지만 올 겨울 순천만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려 폐사한 흑두루미가 속출했기 때문입니다.

■ "제2의 순천만이 필요하다"

순천만이 국내 최대의 흑두루미 안식처가 된 건 천혜의 자연환경 못지 않게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순천시는 그동안 흑두루미의 먹이 활동을 위해 순천만 주변 논에서 재배한 벼를 수확하지 않고 남겨뒀습니다. 흑두루미가 안전하게 날 수 있도록 전봇대 수백 개도 뽑았습니다. 또, 습지 생태를 복원하기 위해 간척지 논을 다시 갯벌로 바꾸는 역간척 사업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천만 하나로는 부족합니다. 전문가들은 흑두루미의 서식지 확장 추세에 맞춰 광양만과 갈사만을 끼고 있는 광양시와 하동군, 고흥호를 끼고 있는 고흥군 등 순천시 인근 자치단체들이 제2, 제3의 순천만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황선미 순천시 순천만보존과 주무관은 "흑두루미 월동지를 개발 바람으로부터 지켜내고 순천만과 연계한 정책을 펴나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인근 자치단체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도 한계가 있습니다. 생태계보호지구 내 전신주 제거를 확대하고 친환경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를 키우며 동천하구 훼손지를 복원하는 사업 등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순천시의 설명입니다.

전 세계 흑두루미의 60%가 찾아오는 나라, 한국. '겨울 진객' 흑두루미와 공존 방안을 찾는 건 지구가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 부여한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