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갱생”이라더니…北, 개성공단 ‘무단 가동’ 지속_폭식 패턴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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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촬영 위성사진(출처:VOA)
북한이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의 자산을 무단 사용하는 정황이 계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VOA)는 지난 24일 촬영된 위성사진에 인터넷용 광통신 케이블과 인공치아 등을 생산했던 모 업체에 버스 8~9대가 드나드는 모습이 잡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업체 주변에 해당 버스들이 정차된 건 지난해 8월부터라고 전했습니다.

■ 폐쇄 이후 끊임없이 포착된 움직임

2016년 2월 가동이 전면 중단된 개성 공단에서 차량 움직임이 처음 포착된 건 그해 말이었습니다. 2016년 12월 공단을 빠져나온 화물차 2대가 북한 지역에 있는 모습이 촬영된 겁니다. 당시 위성 사진을 공개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촬영된 시점이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전기밥솥 등 일부 제품을 빼돌려 중국에 판매를 시도한 시기와 일치한다"고 보도했습니다.

VOA는 2016년부터 최근까지 차량 움직임이 나타난 개성공단 내 업체가 최소 10여 곳에 달한다며 업체 이름까지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업체에서는 정기적으로 차량이 정차하고 물건을 싣거나 내리는 장면까지 포착됐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공단 내 에어로시티(과거 현대자동차가 제공한 통근 버스)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졌는데 VOA는 "출퇴근 행렬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정된 정보만으로 무단 사용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을 펴온 정부도 올해 7월 "여러 경로를 통해 공단 내 북측의 차량 움직임, 공단 내 물자들이 수차례 쌓여 있는 동향 등을 포착했다"며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가동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차량 움직임을 보면 공단을 드나드는 인원은 400~500명대로 추정됩니다. 한때 120여 개 업체에서 50,000명에 달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일했던 점을 고려하면 소규모입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와 전문가들의 말을 참고해 보면 북한이 자력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일부 시설만 가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업체들이 두고 온 자재나 원료도 있지만, 원단 같은 일부 원료는 북한 스스로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한 전문가는 "공장 한두 개 정도는 유류만 일정량 공급하면 가동할 수 있다"며 "북한이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설치했을 수 있고 업체에 있던 발전기를 쓸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공단 폐쇄 당시 남측 인원을 철수시키고 전기와 수도 공급을 끊었습니다.

개성공단 북측 검문소(오른쪽 빨간 원) 밖 북한 지역에서 포착된 화물차들 (왼쪽 빨간 원),  출처 : RFA (2016년 12월 촬영)
■ "봉쇄 후유증 北에 개성공단도 아쉬워"

북한은 '자력갱생'을 외치고 남한과는 더 상종하기도 싫다면서 왜 남한 자산은 몰래 쓰고 있는 걸까요?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북측에 개성공단 차량 움직임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입니다. 남측의 이의 제기에도 북한이 침묵을 유지하는 것은 북한 당국의 지시나 묵인 아래 공단이 가동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봉쇄 후유증으로 현재 북한 경제 시스템은 궤멸 상태이며 개성공단 시설 정도도 아쉬운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자력갱생이나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의류 등 내수용 제품을 만드는 시설은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제사회 제재와 국경 봉쇄 여파로 '자력갱생'을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오히려 남측 자산에 손을 대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는 것입니다.

조 연구위원은 "평양도 평양이지만(평양 공급도 중요하지만)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끊긴 장마당이 고사 직전"이라며 개성공단 무단 가동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장마당 공급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 무단 가동에 업체들 '분노'

"개성공단 운영이나 관리는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이뤄졌다. 북한이 일방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개성공단 내 차량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2017년 5월 통일부가 내놓은 입장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일방으로' 뭔가를 해 오고 있습니다. 당국자들은 "남측 자산이지만 북한 땅에 있어 딱히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토로합니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북한의 무단 가동에 대해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어제(27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단 재개 소식은 기약이 없고 북측이 공장을 무단 가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확인돼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정부가 공단 재개를 기약할 수 없다면 피해 기업에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제(27일)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기자회견(출처: 연합뉴스)
공단 폐쇄 이후 업종을 바꿔 별도의 살길을 찾은 업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경협 중단 장기화로 이자도 갚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에는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와 남북경협 관련 단체들이 통일부를 찾아 투자금 전액 보상과 피해 보상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습니다. 통일부는 오늘(28일) "앞으로도 (남북 경협 투자)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개성공단과 달리 자신들에게 필요 없는 남측 자산은 없애버렸습니다. 이 역시 '일방'으로 진행됐습니다. 국정원은 그제(26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을 철거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대부분 철거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 역시 "남북 합의 위반이며 우리 재산권에 대한 불법적 침해"라며 지난 4월부터 중단을 촉구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