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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의 조기유학 열기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그 수가 처음으로 2만 명을 돌파했다고 하는데요.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또는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서 떠난 조기 유학. 과연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얻는 것은 무엇이고, 또 잃는 것은 무엇인지, 김기현 순회 특파원이 뉴질랜드의 사례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영어 듣기 수업이 한창인 뉴질랜드의 한 초등학교 교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학생들 틈에서 한 한국인 어린이가 눈에 띕니다. 지난 2004년부터 조기 유학중인 8살 서지민 어린입니다. <녹취> “어둠 속에 있는 소년이요? (그래... 말해보렴) 어둠 속에서 안전한 곳을 찾기가 무척 어려웠기 때문에 피투성이가 됐어요. (그래 잘했다)” 모두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지만 지민 어린이는 현지 학생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워드(초등학교 교사): “한국 학생들은 배우는 걸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목적을 갖고 뉴질랜드에 와서 그런 지 무척 열심입니다.” 지민 어린이 가족은 역시 조기유학 중인 언니와, 어머니가 뉴질랜드에 함께 살고 아버지는 한국에 있는 이른바 기러기 가족... <인터뷰> 노혜자(학부모): “너무 많은 비중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욕심이 앞서서... 저희도 이렇게 따져 보면 거의가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살고 있지 않나...” 지민이 가족의 유학 생활은 이미 정착기에 접어든 경우... 하지만 대부분의 조기 유학생과 그 가족이 이렇게 될 때까지 겪은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현지 학교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 몇몇 초등학교가 한국 학생을 전담하는 교사까지 둔 것은 바로 이 같은 적응의 어려움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디(한국 학생 전담 교사): “처음 온 한국 학생들은 수줍고 말 수가 적어요. 백인 아이들처럼 맨발로 다니지도 않고, 체육 활동 참가도 거의 없습니다.” 일부 어린이들은 유학생활이 아니라면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마음의 상처까지 받기도 합니다. <인터뷰> 곽효린(조기 유학 6개월 째): “(하숙 집) 아주머니가 도시락을 싸 줘도 일단 자기 딸은 조금 더 좋게 싸주고... 차별을 했죠” 자녀의 미래를 위해 조기 유학을 선택한 부모들은 대부분 언어문제의 성취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현지 한인들은 그러나 영어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바로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사회에 적응하는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실제, 올해 초 두 자녀와 함께 뉴질랜드에 온 주부 김미정 씨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물론 익숙하지 않은 주변 환경 탓에 활동 범위 자체가 줄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미정(조기유학생 학부모): “어디를 애들 데리고 가도 약간은 긴장이 되고 마음이 편치 않죠. 조심스럽게 느껴지고... 우리나라 같으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데도 낯선 데는 별로 안 가게 돼요” 조기유학을 바라보는 현지 한인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 역시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터뷰> 박석천(뉴질랜드 와이카토 한인회장): “짧은 기간에 자녀 교육만 하고 가기 때문에 교민 사회에 동참하는 비율이 적고, 여러 가지 면에서 애정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뉴질랜드로 조기 유학을 떠나는 우리나라 초중고생은 한 해 8천 명 안팎, 초등학생의 경우 그 비율이 전체 외국학생의 80%를 상회할 정도로 절대 다수입니다. 미국이나 영국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권 국가의 체계화된 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인터뷰> 데이빗 베넷(뉴질랜드 국회의원): “뉴질랜드에서는 ‘이해’에 기반한 교육을 합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학생들은 포괄적인 접근을 하는 거죠. 즉, 어떤 답을 얻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을 받기 위해 치르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일 뿐 여전히 큰 부담이라는 게 조기유학을 경험하고 있는 가족의 얘기입니다. <인터뷰> 곽상렬(학부모): “한 달에 2백5십 만 원 정도 부담을 해서 이곳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식구들 나뉘어서 생활하고, 비용부담도 따로따로... 한국에도 돈을 써야 하잖아요.” 이 때문에 어린 자녀들만 보내는 경우가 늘자 뉴질랜드 교육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뉴질랜드 교육부는 최근 “10살 이하 어린이의 경우 반드시 부모와 함께 유학해야 한다”는 관련 규정을 어기고 혼자 공부하던 한 어린이를 강제로 귀국시켰습니다. <인터뷰> 폴 리스터(뉴질랜드 교육부 국제과장): “교육 당국입장에서 볼 때, 한국 부모들이 자녀를 조기유학 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그들의 결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린이들이 있는 곳에서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가’입니다.” 초등학생 두 자녀와 함께 뉴질랜드를 찾았던 정영미 씨... 조기유학을 떠나온 지 꼭 1년 만에 귀국을 앞두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영미(학부모): “1년이면 딱 좋은 거 같아요. (어떤 의미에서 1년이죠?) 아이들이 한국 말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어릴수록... 더 있으면 완전히 부작용이 더 많겠다. 얻는 거 보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 씨는 명확하게 자녀의 미래를 선택한 경우. 외국에서 일정기간 교육과정을 밟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현지에서 공부를 계속할 지 여부를 둘러싸고 또다른 선택에 직면하게 됩니다. 귀국할 경우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시 한 번 전혀 다른 교육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귀국을 앞둔 어린 학생들에게 그동안의 한국 학습 과정을 따라가는 일은 커다란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인터뷰> 귀국 앞둔 초등 학생: (한국 간다면서?) “응...” (한국 가는 것 어떻게 생각해?) “나빠요...” (왜?) “왜냐하면, 국어를 못하니까…” 조기유학 4년째인 한 중학생의 어머니는 이 같은 이유로 심각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기유학생 학부모: “고등학교를 여기서 계속 다니고 대학을 보낼 것인 지, 아니면 한국에 있는 외고나 국제학교 같은 경로를 통해서 대학을 갈 것인가 (고민입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조기 유학생들을 상대로 한국 교육 과정을 가르치는 과외는 수업 시간을 잡기 힘들 정도로 인기입니다. <인터뷰> 한국 교육과정 과외 교사: “저희가 지금 당장은 시간을 못 드리고요. 기다리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아요. 지금 같은 경우는 주말이나 일요일 오후 6시 이후 밖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이나 영어 공부를 위해 떠나온 조기 유학... 가족 해체까지 감수한 이 같은 교육열을 현지인들은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존 콜람(마리안 학교 교장): “우리는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한국에서 돈 벌어 뉴질랜드의 아내와 자녀를 부양한다는 건 참 힘들어 보입니다. 뉴질랜드 문화에서 볼 때는 낯설죠. 왜 그래야 하는 지... 참 낯설죠” 해마다 초중고생 2만 여 명이 전 세계 각국으로 조기 유학길에 오르는 나라 대한민국... 교육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낯선 땅으로 내몰리지 않고, 가족이 헤어져 살지 않을 방법은 없을 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