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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찬 앵커 :

호스피스라는게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남은 삶을 편하고 또 보람있게 보낼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을 호스피스라고 부릅니다.

은행원과 호스피스,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 살아가는 어느 은행원의 생활을 이정옥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정옥 기자 :

서울 강남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

주로 말기 암환자 등 이미 생명의 시한을 선고받은 환자들이 입원한 곳입니다.

매일 저녁 어김없이 이곳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 환자들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이 사람.

현재 제일은행 조사역으로 근무하는 황용승씨가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전.

절친한 친구가 암에 걸리자 임종 전까지 6달의 투병 기간 동안 병상에서 말동무를 해준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하루하루 죽음의 고통과 싸우는 환자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황 씨의 생활의 중심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내일을 기약하며 헤어졌던 환자가 하루 만에 하늘나라로 가버렸을때를 생각하며 환자의 병세가 악화될수록 황씨는 잠시라도 더 환자와 만나기 위해서 은행업무가 끝나자마자 만사를 제쳐놓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곤 합니다.


황용승 (제일은행 조사역) :

그분들이 마지막 순간에 잘못 살아왔다고 하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전 어떻게 살아왔나 하는 것을 또 느끼면서 앞으로 내 삶을 어떤 방향으로 설정을 할까 하는 것도 제가 많이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 어떤 때는 평소 시행할 때는 그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서는 시작을 했는데 내가 얼만큼 정성을 드려서 그분들을 대하느냐 그런 마음만 있으면은 누구든지 할 수 있는걸로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제가 그분들이 없으면 저도 못 살죠.

그러니까 전 항상 생각나고.


이정옥 기자 :

황씨는 또 호스피스 봉사를 좀 더 잘하기 위해서 상담 전문가들을 만나 자주 조언을 듣습니다.

매주 토요일 퇴근 후 황용승씨가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는 곳은 강남구 일원동 하상 복지회관입니다.

이곳 맹인 선교회에서 맹인들을 위해 책을 낭독해 모금하는 봉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황씨는 이미 몇 년 전 사후 안구기증을 결심해서 맹인들과도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지난 1958년 고등학교 졸업 직후부터 이곳 제일은행에서 근무해온 황용승씨는 지난 84년 지점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서울 송파, 부산 동래, 개봉동 등 몇 지점을 거치면서 지점장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았으나 지난해 호스피스 봉사를 좀 더 활발히 하기 위해서 근무시간이 다소 여유가 있는 본점 수석 조사역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황씨는 지난 88년 부인과 사별하고 큰 아들은 군 복무중이라 고 3인 막내아들과 단 두식구가 단촐하게 살고 있습니다.

매일 밤 자신이 봉사하는 환자의 일지를 쓰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황용승씨.

남을 위해 봉사하는 기쁨이 다른 어떤 기쁨보다 크다는 것을 깨달은 황씨의 하루는 누구보다도 뿌듯합니다.


“딱 한시간만이라도 나한테 다시 주어졌으면 이렇게 다닐 수 있다면은 봉사하고 싶다는 얘기를 그렇게 합니다.

봉사하고 산다는 것이 아마 우리 사람으로 태어난 목적이 삶의 우리 인간의 목표라 그럴까요.

그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니까 그 분들이 그 귀한 시간에 마지막 생을 마지막 하는 그 순간에 그 얘기를 저한테 그렇게 들려줬겠죠.”


KBS 뉴스 이정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