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배우인생 꽃 피우는 ‘도윤주’ _프로 포커 장갑이 좋다_krvip

"이왕 시작했으니 40대부터 60대까지 두루 소화하는 선 굵은 성격파 배우가 되어야죠." 남들은 은퇴를 염두에 두는 환갑 나이에 연극과 영화에서 인생의 2막을 묵묵히 열어가는 배우가 있다.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극단 자유의 창단 40주년 기념작 '따라지의 향연'에서 주역 가에따노로 열연하고 있는 도윤주(60)씨. 도씨는 박인환과 함께 요리사 출신의 졸부 가에따노 역에 더블캐스팅, 극의 중심 축으로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지의 향연'이 박인환을 비롯해 박정자, 김금지, 박웅 등 쟁쟁한 중견 배우들의 집합장임을 감안할 때 무명에 가까운 그가 이런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것은 파격에 가까운 일. 하지만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극단 자유에 입단한 도씨는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따낼 정도로 촉망받던 배우였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서른 살 무렵 광고 쪽으로 진로를 튼 뒤 합동통신 광고국, 오리콤을 거쳐 CM포인트라는 광고사를 손수 설립, 나이키 킨사이다 뽀삐 광고를 제작하는 등 20년 넘게 광고쟁이로 살아왔다. 무대를 떠나있던 그가 다시 연기로 복귀하게 된 것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파고를 넘지 못해 회사가 도산했기 때문. 달리는 차에 뛰어들 만큼 막막한 상황에서 생계 방편을 찾기 위해 강남에 연기 학원을 차렸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신뢰를 주려면 직접 연기를 해야한다는 판단에 따라 모 지역 방송 시트콤을 시작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 방영된 '한강수타령'에서는 김혜수의 어머니로 출연한 고두심을 사모하는 호방하고 푼수끼 있는 감초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기도. 하지만 드라마 조연 활동이 '따라지의 향연'에서 가에따노 배역을 보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연출가 김정옥씨는 애초 도씨에게 비중이 작은 단역을 제안했으나 가에따노 역을 달라고 버틴 도씨의 고집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호기롭게 주인공을 따내긴 했지만 30여년 만에 다시 서는 무대는 녹록치 않았다고. "대사를 외우는 것 부터 다른 배우와의 앙상블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더군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김금지 선배의 격려와 김정옥 선생의 믿음이 큰 힘이 됐습니다." 막상 공연의 막이 오르자 도씨는 넉넉한 풍채에서 나오는 풍부한 성량과 순발력으로 박인환과는 또다른 매력의 가에따노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편 도씨는 현재 연극과 동시에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김성훈 감독)에서 주연에 버금가는 조연을 맡아 백윤식 봉태규 이혜영 등과 호흡을 맞추며 대학로와 지방 촬영을 오가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몸은 다소 힘들지만 어느 때보다 신난다는 그는 "제가 나이에 비해 젊어보여 58년 개띠라고 해도 다 믿습디다. 이런 장점을 살려 40대 장년부터 60대 노인 역할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는 감초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라고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