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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버스 안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편지도 쓰고 공부도 하고 바로 이동 파출소라는 이름의 우리나라 경찰버스 안에서의 얘기입니다. 한때 시위 현장에서 닭장차로 유명했던 이 버스. 닭장이라 불리던 철망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5만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2년 6개월이라는 세월을 이 버스와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김영선 프로듀서가 이동파출소의 24시를 취재했습니다. 출동 삼총사입니다. ⊙기자: 50여 일째 농성이 계속 중인 건강보험회관 앞. 오늘도 2000여 명의 시위군중과 이에 대치하는 경찰병력들이 건물 앞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헬멧과 방패로 무장을 하고 굳은 표정으로 출입구를 막아선 이들은 기동단 소속의 의무경찰들. 위협적인 차림이지만 대부분이 갓 스물을 넘긴 앳된 청년들입니다. 올 들어 발생하는 집회와 시위는 서울 시내에서만 하루 평균 15건. 동원되는 경찰 병력도 1만명이 넘습니다. 흔히 시위진압에 동원되는 경찰은 전투경찰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의경. 그러니까 자원입대하는 의무경찰들이 대다수입니다. ⊙기자: 의경오면 이런 것 하는 줄 알았어요? ⊙소재우(22살/수경): 처음에 지원할 때는 몰랐죠. ⊙기자: 뭐하는 줄 알았어요? ⊙소재우(22살/수경): 동네 집에서도 보면 막 파출소 왔다갔다 하고 교통 애들 편한 것 밖에 안 보이죠. 사람들, 시민들 다 그렇게 생각하죠. ⊙기자: 2시간 남짓의 시위가 끝나자 군중들은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의경들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버스로 돌아와 전투복을 정리하는 사이 한쪽에서는 버스 앞에 웬 천막을 치기 시작합니다. 다름 아닌 의경들의 식사시간. 천막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배식을 해야 하는 이들의 곤혹스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한 것입니다. 하루에 두 끼에서 세 끼 전부를 버스 좌석에 앉아 해결해야 하는 이들. 신병 때는 소화가 잘 안 돼 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한두 달만 지나면 어지간히 이골이 난다고 말합니다. ⊙기자: 버스에서 밥 먹으면 많이 불편해요? ⊙조호림(21살/상경): 아뇨, 똑같아요. ⊙기자: 10여 분 만에 식사를 끝낸 대원들, 곧바로 정렬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민들의 시선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에도 자세를 흐트러뜨릴 수 없는 것입니다. ⊙기자: 여기는 왜 담배 안 피우세요? ⊙인터뷰: 담배 못 피웁니다. ⊙기자: 그런데 왜 여기 서 계세요? ⊙인터뷰: 대열에 서 있어야 됩니다. ⊙기자: 담배 안 피워도 여기 서 있어야 되는 거예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기자: 한 번 출동하면 길가에서 24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대원들의 고충은 식사뿐만이 아닙니다. 대원들이 소대별로 줄을 지어 올라가는 이 버스의 이름은 위생차. 적게는 3, 400명씩, 많을 때는 1500명 이상이 한곳으로 출동하다보니 대원들의 용변해결도 만만치 않아 아예 버스 몇 대를 화장실용으로 개조한 것입니다. ⊙김상훈(경위/기동단 1중대 소대장): 저희 기동대 근무 자체가 고정적인 위치에서 상설적으로 근무서는 게 아니라 항상 유동적으로 서기 때문에 그걸 또 계속 감당하다 보면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일반인들한테 민폐를 많이 끼칠 수가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자: 시위가 없어도 언제 상황이 발생할 지 모르는 요주의지역에는 24시간 병력이 배치됩니다. 두달 가까이 농성이 계속되고 있는 이곳도 그런 철야근무 지역 중에 하나입니다. 뙤약볕 아래 1시간의 근무를 서고 나면 2시간의 휴식이 주어지지만 근무지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이들이 쉴 수 있는 곳도 버스와 버스 앞길이 전부. 어느새 버스는 이들에게 내무반보다도, 집보다도 익숙한 공간이 돼 버렸습니다. ⊙기자: 이 차가 거의 살림집인 것 같아요. ⊙권수연(22살/수경): 살림집이에요. 없는 게 없어요. 다 있어요. 하숙집이에요, 하숙집. ⊙기자: 하숙집이요? ⊙이상현(22살/수경): 집도되고 놀이공간도 되고... ⊙기자: 놀이공간. ⊙권수연(22살/수경): 여기는 우리 집이라고 그런다구요. ⊙기자: 집이라고요? ⊙이우성(21살/상경): 버스생활이 오히려. 내무반 생활보다. ⊙기자: 왜 그래요? ⊙이우성(21살/상경): 내무반 생활보다 이 버스에서의 생활이 더 많으니까, 저희한테. 이게 더 편한 것 같아요, 익숙해져 가지고... ⊙기자: 26개월 같은 군복무지만 시민들과 대치해야 할 상황이 많은 기동단 생활. 때로는 아버지뻘의 어른들과도 몸싸움을 벌여야 하는 이들의 편치 않은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하는 것은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입니다. ⊙이명용(22살/상경): 데모 진압 막으러 가면 사람들이 냄새난다고, 막 멀리할 때 그때 좀 힘들어요. 많이 힘들어요, 그때. ⊙기자: 아침 7시에 시작된 근무, 별 다른 상황이 없어도 내일 아침 7시까지는 밤 새워 이곳을 지켜야 합니다. 잠자는 시간이래야 교대 중간의 서너 시간이 전부. 이렇게 밤을 새고도 내일 또 시내 어딘가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또다시 출동해야 합니다. ⊙이정석(22살/상경): 요즈음 들어서 장마철이라서 비 많이 오고 여의도 철야설 때 새벽 3시, 4시에 비맞으면서 팬티까지 다 젖고 이럴 때 꼭 이럴 때 이런 걸 해야 되나, 전혀 올 것 같지도 않은데, 그런 생각도 들고... ⊙기자: 15만 경찰병력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의무경찰. 우리의 시위문화가, 그리고 진압방식이 하루빨리 바뀌어 비좁은 버스 대신 시민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이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KBS뉴스 김영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