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수료식…학폭피해시설 ‘해맑음센터’ 결국 폐쇄_환영 보너스로 베팅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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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금지 테이프가 해맑음센터 둘러진
■갈 곳 못 찾은 '둘러진'... 노후화로 결국 '폐쇄'

3년 전 학교 폭력 피해자 회복과 지원 방향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다 다시 '해맑음센터'를 찾은 건 석 달 전인 지난 3월이었습니다. 이전 보도에서 해맑음센터 같은 치유 전담 기관이 더 필요하다는 내용을 다뤘는데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시설 노후화로 폐쇄 위기에 놓였다는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3월 취재 당시에도 이미 안전 문제로 학생들의 기숙사와 강당은 이용이 중단된 상태였고, 교사들의 숙소를 학생들에게 내줘 임시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이번에는 아예 시설 폐쇄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당장 오늘(19일)까지만, 시설을 운영하고 나가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지난가을부터 건물의 안전 문제가 불거져 대체지를 찾았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한 겁니다.


■전국 유일의 기숙형 학교폭력 치유 전문기관 '해맑음센터'

해맑음센터는 대전시 유성구 장동, 옛 대동초 자리에 2013년 전국 최초의 학폭 피해 학생 치유 전문기관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개소 당시 유일한 기숙형 종합지원센터로 큰 기대를 모았고,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3백 명이 넘게 이곳에서 생활하며 상처를 치유했습니다. 특히 학교로 다시 돌아간 경우가 95%에 이를 정도로 회복력을 보이고, 수료생 가운데는 사회복지학과 등에 진학해 자신과 같은 처지의 후배들을 돕고 싶다는 꿈을 꾸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폐교 건물을 일부 개축해서 10년이나 사용 하다 보니 기숙시설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고 최근 진행한 안전진단에서는 교실 등이 있는 교사동마저 최하등급인 'E 등급'을 맞아 즉시 퇴거 조치가 나온 겁니다.

■눈물의 수료식...'이젠 안녕'

지난 3월만 해도 곧 대체지를 찾고, 이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해맑음센터. 하지만 그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고, 시설 퇴거에 직면해 오늘(19일) 때아닌 수료식을 열었습니다. 원래는 30명 정원이던 수용 학생도, 올해 들어 3분의 1로 줄여 현재 7명의 학생이 생활하고 있었는데, 결국 연고지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흩어지게 됐습니다.

수료식에서 조정실 센터장과 포옹하고 있는 학생
학교 폭력의 아픔을 딛고, 겨우 새 환경이 적응했는데 해맑음센터 마저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학생 중 일부는 원래 다니던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까지 생겼습니다. 교육부 등이 나서 가정형 wee센터 등으로 옮기는 것을 제안했는데, 시설의 상당수는 학교 폭력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도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서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와 센터측의 걱정이 큰 상황입니다.

조정실 센터장은 "대한민국에 한 곳밖에 없는 피해 학생들의 시설을 지키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프다"며,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과 가족들의 아픔이 언제까지 피해자들의 아픔만으로 남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수료식에서 참담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학부모들도 대안 없는 퇴거 명령에 분통을 터뜨렸는데요. 자녀들이 해맑음센터를 찾은 뒤 안정감을 얻고 적응해가는 모습에 안심했던 상황이 하루아침에 뒤집힌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교육부는 앞서 충남 서산과 경북 구미 등 대체지 3곳을 제시했지만, 현재 장소와 비슷하거나 더 오래된 폐교들 일색이어서 센터 측은 안전과 거리 문제로 결국 이전을 거부했습니다. 그동안 선정위원회가 열려 대체 후보지에 대해 합동 방문을 하고, 또 국회와 대전시의회에서도 해맑음센터를 방문하는 등 관심을 표명했지만, 결국 해법을 찾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해맑음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의 피난처 역할을 했던 피해 전문 지원 시설은 이제 전국에 한 곳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 수료식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부른 015B의 '이젠 안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슬프게 들린 날이었습니다.